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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 일기] 스파링. 패배에서 배우는 법라이프스타일 인포데스크/취미 운동 정보 2020. 5. 10. 21:26
기본 태클과 움직임을 배우고 나서는 이제 아주 가볍게 스파링을 하기 시작한다. 처음 스파링 하는 것은 참 기억이 나는데 긴장되어서 떨리고 그리고 바로 잡혀서 데굴데굴 구르며 끝났다. (후.... 이놈의 몸땡이는 왜 이리도 둔하고 약한지 처음과 비교해서 조금은 늘었지만 아직도 마음처럼 움직여지질 않는다.) 우선 처음 스파링을 하면 초보자는 긴장을 하며 몸이 굳어버리며 온 몸에 힘을 꽉 주고 스파링을 한다. 보통 긴장이 되는 것도 그렇지만 상대를 때려잡겠다(?)는 각오 때문에 자연스레 온몸에 힘을 빡 주고 들어오는 데, 오히려 이 때문에 동작이 느려지고, 무엇보다 상대방뿐만 아니라 자신이 다치기 쉬워진다. 온몸에 긴장을 하기 때문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그래서 모든 운동을 배울 때 코치들이 힘을 빼라고 주문하지만 이 힘을 뺀다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 우리는 이기고 싶어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당장 이기고 싶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건 승부가 아니라 스파링이라고 이야기해도 '저놈'을 깔아 뭉개고 싶고 승리를 쟁취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시작할 때는 온 힘(?)을 다해 스파링에 임한다. 하지만 이것도 상대가 나보다 배운지 조금밖에 되지 않았다던지, 나보다 체급이 작든지 여튼 나보다 살짝 아래로 보이는 상대에게나 통할까 말까이다. 통하면 땡큐지 사실 대부분 통하지도 않고 그냥 서로 엉성하게 힘만 쓰다 자멸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스파링을 하면 사람이 많이 지친다. 체력도 체력이지만 이기고 싶어하는 마음으로 더 힘겹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 스파링을 즐기면서 자주 하기는 쉽지가 않다.
하지만 스파링은 사실 실전이 아니다. 내 움직임을 확인하고 기술을 확인하며 응용력과 적용력을 키우는 시간이다. 마치 수학 시간에 백날 수업을 들어 공식을 외워도 실제로 문제를 풀어보지 않으면 하나도 머리속에 남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스파링은 사실 연습지를 푸는 행위이다. 그래서 연습지를 많이 풀어봐야 머리속에도 남고 자연스럽게 공식이 적용되는 응용력이 생기듯이 스파링도 가벼운 마음으로 많이 해야 몸에 익고 다양한 상황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사실 스파링을 자주할수록 더 강해진다. 우리는 많은 경험을 할수록 배울 기회가 많아지니까 말이다. 그래서 결국 스파링은 틀리는게 당연한 학습지 풀기와 같다. 많이 틀려보고 혼나봐야지 깨닫고 수정하고 성장해 나간다.
하지만 학습지를 풀다보면 누구는 성적이 오르고 누구는 성적이 굉장히 더디게 오른다. 물론 이건 개개인의 이해력과 능력도 중요한 문제이다. 타고난게 모두다 기질이 다르기 때문에 이건 어쩔수 없는 유전자의 불공평성이니 이러한 불합리함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변수를 제외하고도 성장의 폭은 사람마다 다르다. 물론 절대량이 많다면 좋겠지만 한정된 시간을 살고 있는 우리는 원하는만큼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조금을 하더라도 '찐하게' 스파링을 경험하는 ㄱ것이 좋다. 찐하게, 농밀한 경험을 하기 위해선 우리는 패배 속에서 배우는 법을 깨우쳐야 한다.
경험과 패배에서 배우기 위해서는 그 경험과 패배에 푹 빠져야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우리는 성장할 수 없다.
우리는 많은 패배와 시행착오를 경험하기 위해 스파링을 한다. 이는 결국 내가 원하지 않는 상황과 마주하는 체험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힘으로, 고집으로 이기기만 한다면 좋겠지만 '절대무적'이란 판타지는 상상속에서 가능한 이야기지 실제는 인간은 거기서 거기고, 나는 슈퍼맨이 아니고, 나를 이길 사람은 세상에 넘쳐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나는 언제는 패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야 한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기에 이를 수긍하고 패배를 받아들이는 것은 배움의 시작이다.
하지만 경험, 더군다나 패배라는 쓰라린 체험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인간은 스스로 보호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기존의 나를 바꾸는 것은 '자존'의 문제를 건드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패배를 경험하면 그런 아픔과 상처나는 자존심으로 상황을 외면하고 스스로를 외면한채 도망치기 일수이다. '오늘은 피곤했어', '상대방은 수련을 오래했는걸', '나는 원래 운동을 못해' 기타 등등... 스파링을 하며 수없이 구르고 난 뒤 스스로 떠올리는 문구이다. 그나마 이런 핑계라도 떠오르는 날은 그나마 정신승리라도 가능하니 나를 지킬 수 있다. 하지만 상대가 나보다 작거나 수련이 적었거나 그냥 나보다 못미치는것 같은데도 날 인정사정없이 공격하여 처참히 깨지는 날이면 이런 정신승리도 불가능해 자존심이 와장창 무너져 스스로 고통과 우울함에 빠지며 슬럼프에 빠지기 시작한다.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지금의 나'를 고집한다. 지금이 좋으니까 변화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래서 나를 바꾸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지 않은채 지금, 그리고 곧 과거가 될 자신의 모습에 안주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패배를 마주한다. 그래서 우리는 체험과 패배에서 배우지 못한채 과거를 답습한다. 그리고 변화하지 않는 상황에 절망하고 깊은 좌절과 나락에 빠진다. 그렇기에 변화해야한다. 우리가 패배한다는 것은 변해야한다는 신호등이다. 신호등에 불이 켜지면 우리는 멈추거나 나아가거나 선택을 마주하게 된다.
나아가기로 선택했다면 우리는 패배에서 배워야한다. 패배에서 배운다는 것은 내가 '나'임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의 나'를 모색하는 길이다. 기존의 것은 통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새로운 전략, 힘,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 새로움을 찾아내기 위해 끝없이 스스로를 시험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궁리' 속에서 돌파구를 찾아내기 시작한다. 돌파구를 만들면서 느끼는 변화의 희망을 추구할 때 우리는 패배에서 배우기 시작한다. 나 역시도 괜히 스파링이 싫어지고 레슬링 싫어지는 시간을 겪으며 슬럼프를 겪다 최근 내가 변화해야한다는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러기 시작하니 모든것이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물론 패배는 아리고 하도 굴러다니면 내가 인간인지 바닥쓸개인지 모를정도로 처참해지는 기분도 들때가 있지만 어딘가 모르는 나의 가능성을 찾는다 생각하면 조금 더 내가 나은 사람이 된다는 믿음이 생긴다.
결국 우리는 변화하기 위해 스파링을 한다. 기술도, 움직임도 한차원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연습하고 구르고 당하고 지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스스로의 영혼과 정신을 단련하여 더욱 높이, 더욱 넓게 변화하기 위해 우리는 싸운다. 패배를 통해 배우기 위해서는 '지금의 나'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새로운 나' 그리고 나아가 '참된 나'의 모습을 믿고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즐기는 수밖에 없다. 역설적이지만 사람은 지는걸 싫어하며 자존심이 상처나는걸 견딜수 없다. 하지만 이를 견디게 하는 힘은 '더 멋진 날' 기대하는 희망과 즐거움이다. 맨날 진다고 해도 그 내용이 똑같을 수는 없다. 진다 하더라도 하나라도 변화하고 나아지는 모습을 찾기 시작한다면 그 사소한 단편으로도 사람을 희망을 가지고 즐거움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그걸 믿고 나간다는 것이 '패배'에서 배우는 한가지다.
* 여담이지만, 흔히들 남자들이 하는 이야기 중 복싱 배우면 싸움 잘하냐? 란 질문이 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피지컬, 운동신경들을 고려한다면 타고난게 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무리 배웠다고 해도 선천적으로 싸움에 재능이 있는 사람을 이기기는 힘들다. 하지만 범인의 경우 1년 정도 성실하고 열심히 수련했다고 하면 그래도 안배운 사람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음 하지만 재능있는 사람이 범인과 비슷하게 운동한다면 재능있는 사람이 이기는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지만, 정말 재능있는 사람은 프로로 갈 것이고 생활체육만 한다고 한다면 그래도 결국 도달하는 수준의 차이가 크지는 않기 때문에 서로 즐기고 성장할 수 있는 무대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 참고 : 처음 스파링을 할때는 코치님들이 초보분들을 잡아주던지 매우 실력이 높은 형님들과 붙여서 다치지 않게 배려해준다. 그래서 막 겁낼 필요도 없고 다만 너무 힘을 꽉 주면 정말 몸이 돌덩이처럼 굳어버리기 때문에 오히려 다치기 쉽다. 몸에 힘을 풀고 그냥 걸리면 넘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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