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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슬링 일기] 6. 맞잡기_2
    라이프스타일 인포데스크/취미 운동 정보 2020. 4. 27. 11:47

    지난번 포스팅에서는 맞잡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거창하게 말했다면, 이번에는 맞잡는 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쓰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그런데 막상 맞잡기를 배울때 기본적인 잡기와 어떻게 태클로 연결할지를 배우지만, 실질적으로 '기술'이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항상 맞잡기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막상 배우고 훈련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고 나 역시도 쉽지 않다. 그런데 맞잡기를 다른 격투기, 특히 입식 타격과 비교했을때 무엇에 가까운지를 떠올려보면 맞잡기는 '거리싸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맞잡는 기술과 타이밍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더 중요한 거리야 말로 맞잡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와 직결된다고 생각이 든다.

     

    이렇게 근거리에서도 사실 거리는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격투기에서 거리 싸움이 매우 중요하다고 많은 코치님들과 감독님들이 가르친다. 상대의 거리를 알고 나의 거리를 알아 그 사이에서 싸움을 가져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맞잡기도 크게 보면 거리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매우 엉키고 짧은 공간이기 때문에 '거리'라는 생각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으나 실질적으로 잡아보면 그 짧은 공간안에 상대와 내가 움직임이 편한 부분이 다른다는 것을 느낀다. 신체 조건이나 무게 중심 등 다양한 상황과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개개인은 자신이 편하다고 느끼는 거리와 위치가 각자 다 다르다. 그 상황으로 상대를 몰아넣거나 끌어오는 것이 맞잡기를 잘 하는 법이다.

     

    그런데 보통 '거리'라고 하면 상대와 나의 위치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거리라고 했을 때 우리는 보통 상대와 나의 직선 거리를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움직임이 '앞'과 '뒤' 2가지를 떠올린다. 그래서 보통 처음 배우면 앞과 뒤로 움직이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움직임인 '밀고 당기고' 2가지의 맞잡기를 배운다. 밀고 당기며 거리를 조정하면서 상대를 움직이는 것이 가장 기초이다. 그러나 조금씩 기술과 스파링을 하다보면 이 두가지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상대도 두 다리 튼튼한 건강한 사람인지라 앞 뒤로 움직인다고 쉽게 제압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밀고 당기면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려고 꿈틀댄다. 드디어 자신은 '좌', '우' 양 옆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

     

    스텝은 레슬링에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좌우의 개념이 추가되면서 사람의 움직임은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면서 상대의 빈틈을 점차 만들기 시작한다.  그래서 복싱이나 레슬링이나 사이드 스텝을 훈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 뒤가 아닌 좌우의 움직임을 통해 상대를 교란시키고 또 빈틈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하지만 좌우로 움직이다보면 굉장히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사람의 움직임은 앞과 뒤로 움직이는 것이 편하기 때문에 좌우는 어딘가 불편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좌우의 움직임과 앞뒤의 움직임이 섞이면서 사선의 움직임이 생기게 된다. 결국 움직임이 추가되면서 '사방팔방(四方八方)'의 움직임을 통해 상대를 제압해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팔방의 움직임은 두 사람의 움직임과 결합하여 원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발전한다. 아름다운 원과 그리고 그 형태를 깨뜨리는 파원의 움직임은 레슬링은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하지만 내 움직임은 상하좌우 팔방에서 끝나지 않는다. 마지막 한가지가 더 남았다. 그것은 '높은'과 '낮음'이다. 사람은 앉을 수도, 설 수도 있다. 앉으면 무게 중심이 낮아져 쉽게 흔들리지 않으나 움직임이 느려지는 반면, 서 있을때는 무게 중심이 높아져 불안정하지만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사방팔방으로 상대를 끌고 밀고 하면서 나는 위 아래로 자신의 몸의 중심을 옮겨 가며 상대의 빈틈을 만들고 파고든다. 레슬링의 맞잡기는 위치와 방향과 움직임이 맞물리면서 레슬링을 레슬링답게 만들기 시작한다.

     

    레슬링 경기와 태극과 팔괘의 이미지는 연결되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결국 맞잡기는 2차원 평면인 원(圓)에서 3차원인 구(球)로 발전해야 한다. 움직임이 좋은 사람은 이러한 위상(位相)에 대한 인지 능력이 높고 그것에 맞는 빠른 움직임이 가능한 사람이다. 움직임에 대한 인지가 단순히 앞뒤좌우에서 원으로 확장되면서 레슬링의 맞잡기는 좀 더 수월해진다. 상대를 끌고 미는 것은 단순한 직선 움직임에 원형의 곡선이 추가되면서 유연하면서도 배우 다양한 타이밍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렇게 다양한 움직임이 가능해지면 단순히 몸이 빠르다는 것보다는 반사 신경과 판단 능력이 빨라 순간에 신호를 보내 신체를 움직이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레슬링 매트가 원이라는 점은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메타포와도 같다. 사실 경기장에서 청색과 홍색의 경기복을 입고 싸우는 선수들을 볼때면 가끔은 태극과 닮은 운동이구나 새삼스럽게 떠올릴때가 있다.

     

     

    맞잡기에 대해서 레슬링의 기본자세는 움직임과 안정성의 균형을 잡아내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시작은 다시 균형을 깨뜨리며 움직임으로 나아갔다 균형을 잡는 중심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며 우리의 움직음을 원으로, 그리고 구로 확장하며 '정중동(靜中動)동중정(靜)'의 명제로 나아간다.  

     

    고요한 가운데 움직임이 있고 움직임 가운데 고요하다

     

    '정(靜)'과 '동(動)'두가지의 모순을 하나의 원리 안에 통합하여 하나의 움직임이자 상태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매트에서 상대와 치열하게 싸운다. 싸움 속에서 전사들은 급박한 시간 속에서 빠르게 움직여야 하면서도 안정적이어야 하고, 상대를 찬찬히 관찰해야하면서도 매우 대담하게 움직여야한다. 모순의 통합, 그것은 일종의 명상아마 이것이 레슬링의, 그리고 더 나아가서 격투기의 매력이다. 운동에서 거창함을 찾느냐고 할지 몰라도, 결국 운동은 명상에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모든 일은 명상과 연결된다고 하지 않는가? 레슬링에 대해 생각하고 수련할수록 사람은 단순한 본질로 환원되기 시작한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다. 물론 그 과정이 매우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고되고 번뇌의 길이라는 걸 체험하지만 말이다. 맞잡기는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상대를 제압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은 매우 괴로운 과정이지만 조금씩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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