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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 일기] (외전) 배움의 시작라이프스타일 인포데스크/취미 운동 정보 2020. 3. 11. 18:22
모든 운동이 그렇지만 처음 도장에 가는 일은 낯설고 떨리는 일이다. 특히 나같이 운동을 극도로 못하는 운동치들에게 운동을 새롭게 시작하는 일이란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일과도 같다. 고등학교 시절 체육시간만 되면 비가 오길 기도하고 나가서 축구를 해야한다고 하면 식은땀을 흘리며 벌벌 떨던 사람에게 운동이란 참 애증의 관계다. 사실 지금도 축구라면 치를 떨 정도로 싫어하고 있으니 말 다했지... 그런 내가 왜 하필 레슬링을 배우는 것인가?
사실 레슬링의 시작은 30살이 되던 2016년으로 거슬러가야한다. 막 30살이 되던 나는 인생에서 두려운 일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그건 나에게 싸움이라는 항목이었다. 사실 나는 어릴 적에 맞고 놀림을 당하며 자랐는데, 몸이 약했고 선천적으로 행동도 남자답지 않다는 이유로 주변으로부터 쉽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점점 스스로 움츠려 들면서 싸움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과 두려움이 커져만 갔다. 그러나 이런 부정적인 경험이 나쁘게만 작용한 것은 아니었다. 남성적인, 싸움이란 걸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스스로의 생존 전략으로 공부를 택했고, 공부에서 다행히 어느정도의 성과를 거두면서 그나마 스스로의 자존감을 세울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싸움, 특히 폭력에 대한 두려움은 너무나 큰 존재로 자리잡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30이 되면서 트라우마의 하나를 극복하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것이 주변에 있던 무에타이 체육관에 등록하는 일이었다! 정말 첫날을 기억하는데 벌벌 떨면서 체육관에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그 체육관은 지방에 있는 작은 체육관으로 관장님도 별로 설명을 못하고 관원 관리도 안되는 별로였던 체육관으로 기억한다. 더군다나 그때 내몸은 굉장히 굳어있었는데 무리한 스트레칭으로 사실 고관절 쪽에 통증이 그때 시작한 것으로 추측된다.(최근에야 그 통증이 고쳐지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하지만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었는데 실제 두려워하던 일은 그렇게 무섭지만은 않다는 것이었다는 걸 몸소 체험했다는 점이다. 사실 두려움과 우울증에 대한 책, 이야기는 매우 많다. 주변에서도 많이 말로 한다. 하지만 말과 경험은 정말 다르다. 결과적으로 두려움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직접 경험해보는 것밖에 없다는 걸 배우며 스스로 괴롭혔던 고통에서 조금이나 벗어나게 되었다.
그렇게 변화의 계기를 마련했던 난, 짧은 수련을 뒤로 하고 서울로 이사하여 새롭게 운동을 시작했다. 그때는 신림에서 백수생활을 하던 때라 신림역에 있는 입식 격투기 도장을 등록하여 1년 정도 배웠다. 거기서 굉장히 열심히 했지만, 나의 허접한 운동신경은 코치도 고치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많은 것을 배웠는데, 이곳에서의 수련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스파링 위주였다. 사실 이건 좀 웃긴 일인데 기술 연습을 매우 열심히 했지만 늘지 않는 날 보며 관원 중 고참 형님께서 스파링을 해야한다고 끌고 들어가셨다. 정말 난생 처음으로 진짜 싸움이라는 걸 경험하며 매일같이 얻어터지며 얼굴에는 멍이 3개월간은 가시지 않고 가득했다.
처음에는 얼마나 무섭던지! 정말로 온몸이 떨리고 턱이 흔들린다는게 뭔지 느껴봤다. 하지만 얻어텨져도 내가 '싸워봤다'는 경험은 너무나 값진 경험이었다. 정말 링 위에 상대와 나만 있고, 오로지 이곳에서는 내 몸과 내 주먹만이 중요하단 원초적인 사실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단순하게 '누가 강한가'란 질문에 대한 대답, 그리고 '어떻게 강해지는가'에 대한 물음은 30대 초 백수였던 내게 아직까지도 가르침을 주는 경험이었다.
스파링을 그렇게 3개월 정도 하니 점점 얼굴에 멍이 사라지며 회피와 막기 능력이 점차 늘었다 그리고 운동신경이 둔한 나도 아주 조금이지만 상대방을 맞추기 시작하게 되었다. 역시 맞으면 는다는 옛말은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렇게 정말 몸으로 성장을 체험한다는 것은 정말 어렸을 때 외에는 느끼기 어려운 희열이었다. 그렇게 나이들어서도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는 것. 그게 나는 살아가면서 가장 큰 교훈이었다.
이 도장도 6개월즘이 지나갈 무렵 회사에 취업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다닐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스파링을 하던 형님들과 제대로 인사도 못드리고 그만두어서 너무나 죄송스럽고 다시한번 뵙는다면 꼭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렇게 회사에서 무기력하게 보내던 나날 중, 링 위에서의 그 희열과 중독을 다시 체험하고자 격투기를 알아보게 되었다. 당시 주짓수가 핫하게 성장하던 시기여서 주짓수를 배워볼까 하며 검색하던 중 내 눈에 레슬링 세글자가 보였다. 레슬링을 배운다니, 그리고 그것도 주말만 수업을 한다고 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 직장인이 평일 저녁에 격한 운동을 하기엔 너무나 어렵다. 더군다나 새롭게 배운다는 건 그만큼 에너지 소모도 큰 법이다.
그렇게 난 쫄쫄이 경기복을 입어야 하는지 두려움 반 기대반(?)을 안고 레슬링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건 내가 30대 들어서 가장 잘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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